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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35살 김 모씨는 지난 10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해지하기 위해 A기업의 상담사에게 잔여 위약금 여부를 문의했다. 2개월분이 남았다는 말에 12월에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A기업에서는 4개월분을 내야 한다며 과거 상담 내용은 상담사의 실수라고 말을 바꿨다.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통신 사업자들의 이 같은 ‘고무줄 위약금’ 관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업자가 매달 발행하는 요금 고지서에 의무적으로 잔여 위약금을 명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서비스 요금고지서 관련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 및 심사기준’에 위약금을 명시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시는 IPTV사업법과 방송법이 규율하는 사업자를 제외하고 이동통신사업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 등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모든 사업자에 적용된다.
현행 고시는 통신 사업자가 요금고지서에 적시해야 할 필수 고지사항으로 △이용자가 자신이 실제로 사용한 만큼 요금이 부과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 △이용자가 부담해야 할 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대별 통화량 비중 △지정번호 할인요금제의 전체 지정번호의 총 통화량 비중 △통화 유형별 통화량 비중 등에 관한 정보만을 지정하고 위약금은 제외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그간 고지서에 위약금액을 명시하지 않아 가입자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며 “특히 최근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이동통신 등을 결합한 상품이 대거 등장하며 위약금 분쟁건수가 증가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 1월 전국의 10개 소비자단체 194개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초고속인터넷 관련 민원은 1185건으로 이 중 위약금 민원은 193건으로 요금상담 민원(222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분쟁 발생빈도가 잦다.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우 휴대폰 단말기 잔여 할부금액만 요금 고지서에 명시하고 있어 일선 대리점에서 위약금문제를 놓고 충돌이 잦다. 일부 대리점은 가입자들이 자신의 휴대폰 위약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위약금을 ‘대납’해준다는 미끼로 위약금 이상을 부담케 하기도 한다.
방통위가 고시를 개정하면 이 같은 문제는 다소 해결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현재 세부안을 조율 중으로 이르면 다음달 위원회 보고와 규제심사 절차를 거친 뒤 4분기께 위원회 의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이 이용자 보호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간의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을 정확하게 파악할 경우 가입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다른 이동통신사로 갈아탈 수 있어 시장이 다소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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