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감청? "확인안된 메시지만 저장"

"동의없이 저장?" 사용자들 '발끈'… 카톡 "상대가 확인한 메시지 바로 삭제"

한 대학교수의 아내살인사건에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남겨졌던 대화내용이 범행의 핵심증거로 채택된 가운데, 엉뚱하게도 카카오톡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이 왜 사용자 동의도 없이 대화내용을 서버에 저장했느냐"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앞서 피의자인 강모 교수는 아내살해를 공모한 내연녀와 카카오톡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염려해 경기 분당에 위치한 카카오톡 본사까지 찾아와 메시지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강 교수가 삭제를 요청한 메시지는 이미 삭제되고 없는 상태였다.

강 교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카카오톡측에 영장을 제시하며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카카오톡은 삭제된 메시지가 담겨있는 디스크를 경찰에 넘겨줬고, 경찰이 이 디스크에서 삭제된 강 교수의 메시지를 복원하며 강 교수의 범행사실이 꼬리가 잡혔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은 한달간 서버에 저장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청논란이 벌어졌다. 사용자 동의도 없이 대화내용을 서버에 저장한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톡은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대화상대가 확인하지 않는 메시지에 대해서만 한달간 저장하는 것"이라며 "대화상대가 이를 확인하는 즉시 우리쪽 서버에서는 해당 메시지가 삭제된다"고 해명했다. 때문에 강 교수가 메시지 삭제를 요청할 당시, 강 교수 내연녀가 이미 그 메시지를 확인한 상태여서 카카오톡측 서버에는 그 메시지가 삭제되고 없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채팅과 문자메시지(SMS)의 중간형태로, 메시지가 서버로 들어오면 이를 상대방에게 푸시 방식으로 보여주는 '대화방'과 같다"면서 "대화방을 나가면 메시지는 자동으로 삭제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상대방이 메시지를 즉시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는 한달가량 보관한 뒤 삭제한다는 게 와전이 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안그래도 서버용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메시지를 보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상대방이 읽지않은 메시지를 바로 지우면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석 달가량 유지하다 최근 한 달로 줄인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실제로 일정기간 메시지를 읽지 않아 자동삭제됐는데 이를 항의하는 고객이 적지않다고 했다.

삭제된 메시지를 복원하는 것 역시 경찰의 영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카카오측 설명이다. 역으로 경찰이 영장을 제시했을 경우에는 이를 법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 강 교수의 삭제된 메시지도 경찰이 영장을 제시했기 때문에 협조한 것이고, 복원작업도 경찰이 직접 해당 저장장치를 복원 전문업체에 의뢰해 수행한 것이지 카카오톡이 간여한 바 없다고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강모 교수도 모바일 메신저의 자동삭제 방식을 전혀 몰랐다. 카카오톡 측은 "강씨도 이같은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이 강 교수의 삭제된 메시지를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워진 디스크에 덮어쓰기(오버라이트)가 안돼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크가 덮어쓰기가 된 경우에는 복원도 쉽지않다는 것.

사용자가 1300만명이 넘어선 카카오톡은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로 부상했지만, 최근 이동통신망의 과부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어 감청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이래저래 성장통을 겪고 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052710425325369&ty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