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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레이서-갤럭시S2, 정말 2배 빠른가? 속도 경쟁에만 올인...배터리는 쉽게 닳아

by 인테리어전문햇님 2011. 5. 2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71619

  
'세계 최고 속도'를 내세운 스카이 베가 레이서(왼쪽)과 삼성 갤럭시S2
ⓒ 김시연
베가 레이서

 

요즘 스마트폰 속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삼성전자에서 1.2GHz 듀얼코어 스마트폰 '갤럭시S2'를 내놓기 무섭게 팬택에선 세계 최초 1.5GHz 듀얼코어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로 맞불을 놨습니다. 이밖에 LG 옵티머스2X부터 모토로라 아트릭스, HTC 센세이션에 이르기까지 주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모두 듀얼코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왜 유독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속도 경쟁'에 열을 올리는지, 도대체 '듀얼코어'는 뭐고 얼마나 빨라진 건지, 이른바 '공짜폰', '마이너스폰'도 수두룩한데 굳이 비싼 돈 낼 만한 가치는 있는 건지,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1.5GHz 듀얼코어 스마트폰, 정말 2배 빠를까?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빌딩에서 열린 스카이 베가 레이서 출시 행사 취재 때 시제품을 한 대 빌렸습니다. 팬택은 이날 세계적 명품 스포츠카 페라리까지 동원해 '스피드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직접 써보니 웹사이트 접속 속도만큼은 지금까지 나온 어느 스마트폰보다 빨랐습니다.

 

와이파이(무선랜) 접속한 상태에서 모바일 전용 웹사이트는 주소를 입력하자마자 바로 연결됐고 텍스트와 사진이 거의 동시에 떴습니다. 그동안 아이폰 3Gs를 쓰면서 웹사이트가 뜨길 기다리는 2~3초 정도의 답답함이 사라졌고 아이폰4와 비교해서도 접속 속도뿐 아니라 화면을 위아래로 이동할 때 스크롤 속도도 훨씬 빨랐습니다. 직접 시간까지 재보진 않았지만 체감 속도는 기존 1GHz 싱글코어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기본메모리(RAM)도 512MB(메가바이트)에서 1GB(기가바이트)로 2배 늘어나 여러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해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많게는 15개 정도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했는데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프로그램이 끊기는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4.3인치 대형 화면에 익숙해지고 나니 아이폰 3.5인치 화면뿐 아니라 4인치 화면도 좀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듀얼코어 스마트폰 최강자는 누구?
ⓒ 봉주영
듀얼코어

 

클럭 속도 빠르다고 성능이 더 우수한 건 아냐 

 

대체 '듀얼코어'가 뭐기에 스마트폰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걸까요?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에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입니다. AP는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을 구동시키는데 그 두뇌 역할을 하는 게 'CPU 코어'입니다.

 

보통 AP에는 'CPU 코어'가 하나인데 듀얼코어 CPU는 말 그대로 CPU 코어가 2개 달려 두 개 이상 프로그램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작업에 유리합니다. 코어가 1개일 때보다 실행 속도도 빨라지고 전력 소모량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쯤엔 CPU 코어가 4개 달린 '쿼드코어' 스마트폰 등장도 예고되고 있습니다.

 

같은 듀얼코어 CPU라도 Hz 단위로 표시하는 '클럭 속도'가 높을수록 AP 동작 속도도 빠릅니다. 다만 그래픽 프로세서(GPU)나 RAM(기본메모리) 성능,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도 전반적으로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만 클럭 속도만 높다고 더 우수한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베가 2세대인 베가S(1.2GHz)나 베가X에 비해 CPU와 그래픽 처리 속도가 2~2.5배 빨라졌다고 자랑하는 팬택조차 정작 갤럭시S2와 비교해선 "동등 이상의 우위"라고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갤럭시S2와 비교해 봤더니 웹브라우징이나 스크롤 속도나 3D 게임 구동 속도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CPU 속도-스펙 경쟁은 안드로이드폰의 숙명?

 

그런데 왜 유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끼리 속도 경쟁이 치열한 걸까요? 정작 애플 아이폰은 CPU 클럭 속도를 내세우지 않을 뿐더러,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폰4 역시 외부 전문가들이 800MHz 정도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IT칼럼니스트 김인성씨는 "애플은 자기 제품 성능과 배터리 용량에 맞게 최적화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CPU 속도로 승부할 필요가 없는 반면 안드로이드는 자원 소모가 많아 CPU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오버 클럭(사용자가 인위적으로 제품 클럭 속도를 높이는 일)'까지 해야 아이폰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범용성을 내세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어떤 CPU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제각각 다른 언어들을 기계어로 번역해 주는 '가상머신'을 쓰는데 이때 배터리 등 자원 소모가 30% 이상 많다고 합니다. 

   

김인성씨는 "PC용 CPU는 가상머신을 써도 문제없을 정도로 성능이 빨라졌지만 모바일 CPU는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합니다. CPU 속도를 높일수록 스마트폰이 쉽게 뜨거워지고 전력 소모도 많아지는 반면 배터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죽자사자 CPU 속도나 '스펙' 경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 자체 운영 체제를 갖지 못한 '숙명'인 셈입니다. 더구나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마켓까지 같다 보니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건 하드웨어 스펙만 남지 않은 것이죠.

 

  
1.5GHz 듀얼코어 CPU를 앞세워 갤럭시S2에 도전장을 낸 스카이 베가 레이서.
ⓒ 김시연
베가 레이서

  

'최강 스펙' 의식한 무리한 속도 경쟁이 '버그' 키워

 

문제는 제조사들이 지나치게 속도-스펙 경쟁에만 몰입하다 보니 정작 제품 성능을 최적화할 시간이 부족해 크고 작은 '하자'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말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버그' 논란에 휘말려 '펌웨어'를 업데이트한 갤럭시S2도 애초 1GHz 듀얼코어에서 1.2GHz로 급히 업그레이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스카이 베가 레이서 역시 1.2GHz 듀얼코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다 삼성의 갑작스러운 업그레이드에 맞서 아직 양산되지도 않은 퀄컴 스냅드래곤 1.5GHz 듀얼코어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팬택에서도 그 부작용을 의식했는지 문지욱 연구소장이 직접 나서 "인간이 만든 운영체제여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발생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정화시켜 나가는 게 목표"라고 거듭 다짐했을 정도입니다.

 

아직 시제품이긴 했지만 그동안 베가 레이서를 써보면서 배터리가 쉽게 닳고 동영상이 갑자기 끊기는 등 크고 작은 문제점도 발견됐습니다. 특히 배터리 문제는 심각해서 음성 통화도 하지 않고 1시간도 채 쓰지 않았는데도 완충 상태에서 한나절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부디 출시 단계에서 충분히 개선돼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몇 가지 버그만 빼면 다양한 배경 화면 설정 기능이나 듀얼 스크린과 듀얼 스피커 등 사용자 환경(UI) 면에서도 갤럭시S2에 견주어 크게 손색없는 제품이니까요.  

 

'신상품 마케팅' 휘둘리지 말고 '최적화'된 제품 골라야

 

지금 시장에서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대세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가격과 발열, 배터리 문제를 감안하면 소비자가 듀얼코어를 선택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스마트폰 성능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게 문제입니다. 정작 듀얼코어 성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많지 않은 데다 앞으로 와이브로, LTE 같은 4세대 네트워크 경쟁이 본격화되면 스마트폰 자체의 속도 경쟁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듀얼코어 CPU는 용량이 큰 애플리케이션이 많은 태블릿PC에서 더 유용해 보입니다.

 

더불어 스마트폰 1000만 시대를 넘기며 보급형 스마트폰도 많이 나오고 있고 한때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스마트폰 값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속도 마케팅'에 휘둘려 값비싼 '프리미엄급' 신제품만 찾을 게 아니라 성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고 사용자들에게 검증받은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지혜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음성 통화 사용량이 많다면 배터리 소모가 적은 싱글코어 스마트폰이 오히려 유리합니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하는 법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제품은 세계 최초, 최고 속도 등 겉만 번지르르한 '스펙'보다 성능은 좀 떨어져도 잔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일 겁니다. 제조사들도 2년 전 아이폰에 맞서 급하게 내놨다 결국 '보상 판매' 대상으로 전락한 '옴니아2'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7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