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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 아이폰 2월 출시…단말경쟁에서 품질·요금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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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오직 이익을 따라 모였다가 흩어질 뿐이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이 이 냉혹한 진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시장이 요동치는 진앙에는 아이폰이 자리하고 있다. 2007년 처음 출시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율법'을 바꾸어놓은 아이폰은 2011년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시장을 뒤흔들어놓을 기세이다.
미국 1위 사업자 버라이즌에서 출시되는 CDMA 아이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버라이즌 아이폰이 경쟁 이통사업자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은 왜 스스로 만든 독점 구조를 깼나
지금까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은 특정 이동통신사업자를 통해 독점 공급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휴대폰 유통시장을 뒤흔들려는 애플의 정책이었다.
앱 스토어라는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애플 주도의 활동 공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이 뜻에 동의하고 협력해줄 이동통신 사업자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 조건이 소비자 견인력이 큰 멋진 제품을 특정 이통 사업자에게 독점 공급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애플의 파트너는 기존 시장 체제를 고수하려는 1위 사업자가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기회를 엿보고 있던 2위 이하의 사업자들로 선택됐다.
애플과 아이폰 독점 공급 이동통신사업자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2위 이하였던 각국의 아이폰 독점 공급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를 무기로 1위 사업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노키아를 비롯한 세계 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순식간에 코너에 몰리게 됐다.
그러나 각국 1위 사업자와 주요 휴대폰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각국 1위 사업자와 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연대하면서 2009부터 이 진영이 힘을 얻기 시작하더니 2010년 들어서는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스마트폰의 트렌드와 앱 생태계 측면에서 애플의 그것을 분명 모방한 것처럼 보였지만 거대 자본과 다수의 결합은 짧은 시간에 애플의 혁신을 따라잡은 듯이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2010년 말에 안드로이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앞질렀다. 분기별 판매대수는 물론이고 누적 판매대수까지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사람은 6천150만명이며,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사람이 이중 26%였다. 아이폰은 25%.
아이폰이 2007년에 출시되고 스마트폰 시장을 엄청난 속도로 장악해 가던 상황에서 2009년에야 안드로이드폰이 조금씩 출시되는 상황이었으니 지난 한 해 동안 안드로이드가 2년 갭을 따라 잡은 셈이다. '안드로이드 돌풍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애플로서는 타개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선 다변화.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위 사업자에 아이폰을 공급함으로써 그동안 아이폰의 적군 진영해 포함됐던 1위 사업자로 하여금 경쟁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견제하게 하는 방식.
게다가 소비자들은 아이폰과 그 나라 최고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1위 사업자의 만남을 원하는 편이다. 자신이 소유한 스마트폰을 더 좋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쓰고자하는 것.
시장 논리로 볼 때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끌고 있는 각국 1위 사업자의 만남은 결국 언젠가는 해야하는 필연이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들은 오랫동안 접촉해온 것으로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버라이즌 아이폰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로웰 맥아담 사장은 "2008년부터 애플과 협상을 해왔다"며 "1년동안 CDMA 망에 대한 기술 적응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앞으로는 적처럼 보이면서도 뒤로는 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애플은 이동통신 사업자를 포함해 안드로이드 진영과 아이폰으로 판을 가르는 것보다 각 사업자별로 아이폰과 다른 휴대폰의 대결 구도로 변화시키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원하던 앱 생태계는 어느 정도 구축된 만큼 동일한 네트워크에서 아이폰과 기타 제품을 정면승부시킴으로써 소비자 선택을 강요하는 전략이다.
"아이폰을 살래? 아니면 같은 가격의 다른 폰을 살래?" 각 유통 매장마다 이런 판을 짠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애플이 독점 공급 정책을 철회한 것은 일종의 맞불전략이다.
◆버라이즌 아이폰이 AT&T에 미칠 영향은?
이제 주목되는 것은 '그 맞불전략의 파괴력이 얼마나 되느냐'다. 우선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에 미칠 영향의 크기가 관심거리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아이폰 독점 공급업체인 AT&T가 1위 사업자 버라이즌의 공세에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버라이즌과 AT&T에서 공급되는 아이폰 단말기의 차별화는 큰 게 없다. 사양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요금과 네트워크 품질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아이폰 독점 출시 이후 단말 경쟁에 치중했던 이동통신 회사들이 이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본원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점에서 그동안 서비스 품질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AT&T보다 버라이즌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버라이즌은 900만대의 아이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AT&T의 경우 600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존 AT&T 가입자 가운데 아이폰 사용자가 얼마나 버라이즌으로 옮길 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AT&T는 이에 대비해 비교적 가입자 잠금장치를 잘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계 금융기관인 크레딧 스위스에 따르면 AT&T 가입자(9월만 기준) 6천770만명 가운데 2010년 말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는 1천840만명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아이폰4 출시 과정에서 폰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면서 새로 2년 약정을 걸어두었다는 점이다. 크레딧 스위스는 아이폰 사용자 86%인 1천590만명이 약정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AT&T에서 버라이즌으로 가입자 이동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딧 스위스의 애널리스트 조나단 채플린은 버라이즌이 2012년 약 990만명의 아이폰 가입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중 130만명이 AT&T 이탈자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올해의 경우 아이폰을 원하지만 버라이즌에서 AT&T로 옮기기 싫어 그동안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아직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는 스프린트, T모바일 등 3위 이하 사업자에 가입한 사람들이 버라이즌 아이폰 구매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T&T는 또 아이폰 독점 공급 중단에 대비해 지난해에 네트워크 품질 개선을 위해 투자를 크게 늘리는 한편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폰을 공급하는 등 스마트폰을 다변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랄프 데라 베가 AT&T 무선사업 부문 CEO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폰 독점공급 중단에 대한) 준비는 끝났다"며 "독점이든 아니든 AT&T의 장단기 생존 능력은 좋은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독점이 중단되면서 이동통신 사업자들 사이에 네트워크 품질 및 요금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소비자들이 부수적으로 챙기는 경쟁의 부산물로서 작용할 전망이다.
◆버라이즌 아이폰이 안드로이드폰에 미칠 영향은?
버라이즌에서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것은 애플에 9천300만명이라는 거대 시장이 새로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그들 중 상당수가 아이폰 출시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애플이 만들기만 한다면 상당한 수의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다양한데, 올해에만 버라이즌을 통해 최소 700만대에서 최대 1천3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버라이즌 아이폰 출시로 애플이 올 한 해동안 6천12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회계년도에 4천만대 가량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따라서 아이서플라이의 예상대로 된다면 애플의 아이폰은 2011년에도 판매대수가 50% 가량 신장되는 효과를 얻는 셈이 된다.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에는 그만큼 시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아이폰이 없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 안드로이드 폰 제조업체들은 버라이즌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다. 전통의 강호 블랙베리와도 싸워야 했다. 여기에 아이폰이 가세함으로써 그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애플이 공격 자세라면 안드로이 폰 제조업체는 수비 자세일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업체들은 AT&T를 통해 버라이즌에서의 손실분을 만회할 수도 있겠으나 그 폭은 그렇게 클 것 같지 않다. 3위 이하 사업자 시장은 원래 안드로이드 진영이 갖고 있던 시장일 뿐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 촉진할 듯
버라이즌의 아이폰 출시로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RIM 등 비(非) 애플 진영이 벌이던 고가 스마트폰 경쟁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애플과 몇몇 호적수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고가 제품 맞장 승부에서 밀린 업체들이 중저가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가격 파괴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3위 이하 사업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런 분위기는 부분적으로 일고 있다.
미국 4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T모바일이 올해 100 달러 미만의 저가 스마트폰을 다수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필립 훔 T모바일 CEO가 "올해 우리가 출시할 많은 스마트폰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100 달러 이하 제품이 될 것"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 가격이면 현재 미국내 일반적 스마트폰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 또한 최근 4G LTE 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149 달러에 출시한 바 있다. 4G 망에서 쓸 있는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 50 달러가 더 저렴한 것이다. 스프린트 데이비드 오웬스 부사장은 "4G 단말기에서 200 달러 벽을 깰 필요가 있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 달러 이하 스마트폰은 대개 칩의 속도가 조금 느리고, 스크린과 카메라 성능이 고가 제품에 비해 떨어지지만 다른 대부분의 기능은 고가 스마트폰과 비슷한 사양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스마트폰 시장이 분화되고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질 전망이다.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542672&g_menu=0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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