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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오리무중이다.
지난 3월 초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TF가 2개월의 작업 끝에 지난달 초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지난달 18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한 마디 호통소리에 헌신짝처럼 날아가 버린 뒤 감감무소식이다.
1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5월 중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향후 발표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정치권과 소비자, 통신사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워커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1' 행사장에서 "다음 주(5월30일~6월3일)에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급도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한나라당이 개입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방통위와 한나라당 간 당정협의에서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기본료를 낮추고 가입비는 폐지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돌려보낸 데 이어 23일에는 방통위의 당정협의 요청마저 거부했다.
방통위는 한나라당이 요구한 요금 인하 수준을 맞출 경우 국내 통신산업의 근본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역시 국내 통신업계 현실을 볼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방통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방통위는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 ▲정치권의 요금 인하 공세 극복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정부 TF의 통신비 인하 방안은 = TF가 지난달 초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에는 ▲기본료·가입비 점진적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 제공 확대 ▲모듈형 요금제 도입 ▲청소년·노인 전용 요금제 출시 ▲블랙리스트 제도(소비자가 휴대전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하는 제도) 추진 ▲단말기 출고가 조사 강화 등이 담겼다.
여기에다 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MVNO)와 제4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등을 추진해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노인 전용요금에 대해 가입비를 50% 낮추고, 월 50건의 무료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통신업계에서 흘러나왔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했던 이유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수준은 = 방통위가 가장 곤혹스럽게 여기는 대목이 바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수준이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를 5천만명으로 볼 때 가입자당 월 기본료를 1천원만 내려도 통신3사의 매출이 연간 6천억원 사라진다. 2천원 내리면 매출 감소 규모는 1조2천억원에 이른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통신사들이 월 기본료 1천~2천원만 내릴 경우 투자 여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며 '기본료 인하 불가'를 외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대규모 매출 감소를 우려해서다.
그러나 월 기본료 1천~2천원 인하는 '국민 체감 수준'에 한참 거리가 멀다는 데 문제가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이 요금 인하를 체감하려면 최소 월 1만원은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 1천원을 내려도 미래투자 여력에 차질을 빚는다는 통신사들에게 그 10배인 1만원을 인하하라는 것은 "통신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산업 활성화 및 경쟁 촉진 = 통신요금 인하는 국내 통신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신3사는 올해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통신설비에 2조3천억원을, KT는 3조2천억원(유선망 포함), LG유플러스는 1조7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사의 올해 총 설비투자액은 작년에 비해 48% 늘어난 7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을 수용해야 하고 소비자의 통신속도 기대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통신설비 투자액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통신요금으로 충당하는데, 통신요금을 내릴 경우 그만큼 투자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설비 투자 축소는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통신 품질 저하를 초래해 그 피해는 통신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통신업계의 경쟁체계가 무너져 현재의 독과점 구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과점체제다. 가입자 기준으로 SK텔레콤은 가입자 2천600만명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가입자 900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10.8%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보더라도 SK텔레콤과 KT가 각각 2조350억원, 2조533억원에 달한 것에 비해 LG유플러스는 6천525억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가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요금 인하 폭이 클수록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심지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3사의 경쟁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통신사로부터 이동통신망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하는 MVNO들도 기존 통신3사의 요금 인하 폭이 커지면 통신시장 진입 초기부터 설 땅을 찾기 어려워진다.
다음 달 초 영업을 시작하는 MVNO들은 기존 통신사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가입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기존 통신사들이 요금을 내리면 요금 경쟁력을 잃어 시장 진입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결국 파격적인 요금 인하는 기존 통신시장의 독과점을 심화하고, 더 나아가 신규 통신사업자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요금 인하 해법은 = 통신요금을 내리지 않는 대신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현재의 요금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통신사들에게는 매출 감소의 우려를 덜어주고, 소비자에게는 무료 통화량이나 문자메시지 사용량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통신을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혜택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소비자와 통신사가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통신사는 기본료 인하에 성의를 보이는 한편 무료 통화 및 문자메시지 사용량을 늘리고, 소비자는 비록 요금 인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통신산업의 미래를 위해 아량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도 통신사에는 가급적 더 많은 소비자 혜택을 제시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통신산업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jnlee@yna.co.kr
(끝)
http://news.nate.com/view/20110601n03377?mid=n0600
지난 3월 초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TF가 2개월의 작업 끝에 지난달 초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지난달 18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한 마디 호통소리에 헌신짝처럼 날아가 버린 뒤 감감무소식이다.
1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5월 중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향후 발표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정치권과 소비자, 통신사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워커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1' 행사장에서 "다음 주(5월30일~6월3일)에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급도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한나라당이 개입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방통위와 한나라당 간 당정협의에서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기본료를 낮추고 가입비는 폐지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돌려보낸 데 이어 23일에는 방통위의 당정협의 요청마저 거부했다.
방통위는 한나라당이 요구한 요금 인하 수준을 맞출 경우 국내 통신산업의 근본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역시 국내 통신업계 현실을 볼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방통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방통위는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 ▲정치권의 요금 인하 공세 극복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정부 TF의 통신비 인하 방안은 = TF가 지난달 초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에는 ▲기본료·가입비 점진적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 제공 확대 ▲모듈형 요금제 도입 ▲청소년·노인 전용 요금제 출시 ▲블랙리스트 제도(소비자가 휴대전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입하는 제도) 추진 ▲단말기 출고가 조사 강화 등이 담겼다.
여기에다 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MVNO)와 제4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등을 추진해 통신업계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노인 전용요금에 대해 가입비를 50% 낮추고, 월 50건의 무료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통신업계에서 흘러나왔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했던 이유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수준은 = 방통위가 가장 곤혹스럽게 여기는 대목이 바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수준이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를 5천만명으로 볼 때 가입자당 월 기본료를 1천원만 내려도 통신3사의 매출이 연간 6천억원 사라진다. 2천원 내리면 매출 감소 규모는 1조2천억원에 이른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통신사들이 월 기본료 1천~2천원만 내릴 경우 투자 여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며 '기본료 인하 불가'를 외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대규모 매출 감소를 우려해서다.
그러나 월 기본료 1천~2천원 인하는 '국민 체감 수준'에 한참 거리가 멀다는 데 문제가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이 요금 인하를 체감하려면 최소 월 1만원은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 1천원을 내려도 미래투자 여력에 차질을 빚는다는 통신사들에게 그 10배인 1만원을 인하하라는 것은 "통신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산업 활성화 및 경쟁 촉진 = 통신요금 인하는 국내 통신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신3사는 올해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통신설비에 2조3천억원을, KT는 3조2천억원(유선망 포함), LG유플러스는 1조7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사의 올해 총 설비투자액은 작년에 비해 48% 늘어난 7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을 수용해야 하고 소비자의 통신속도 기대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통신설비 투자액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통신요금으로 충당하는데, 통신요금을 내릴 경우 그만큼 투자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설비 투자 축소는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통신 품질 저하를 초래해 그 피해는 통신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통신업계의 경쟁체계가 무너져 현재의 독과점 구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과점체제다. 가입자 기준으로 SK텔레콤은 가입자 2천600만명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가입자 900만명으로 전체 시장의 10.8%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보더라도 SK텔레콤과 KT가 각각 2조350억원, 2조533억원에 달한 것에 비해 LG유플러스는 6천525억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가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요금 인하 폭이 클수록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심지어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3사의 경쟁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통신사로부터 이동통신망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하는 MVNO들도 기존 통신3사의 요금 인하 폭이 커지면 통신시장 진입 초기부터 설 땅을 찾기 어려워진다.
다음 달 초 영업을 시작하는 MVNO들은 기존 통신사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가입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기존 통신사들이 요금을 내리면 요금 경쟁력을 잃어 시장 진입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결국 파격적인 요금 인하는 기존 통신시장의 독과점을 심화하고, 더 나아가 신규 통신사업자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요금 인하 해법은 = 통신요금을 내리지 않는 대신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현재의 요금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통신사들에게는 매출 감소의 우려를 덜어주고, 소비자에게는 무료 통화량이나 문자메시지 사용량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통신을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혜택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소비자와 통신사가 서로 한 걸음씩 물러서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통신사는 기본료 인하에 성의를 보이는 한편 무료 통화 및 문자메시지 사용량을 늘리고, 소비자는 비록 요금 인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통신산업의 미래를 위해 아량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도 통신사에는 가급적 더 많은 소비자 혜택을 제시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통신산업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jnlee@yna.co.kr
(끝)
http://news.nate.com/view/20110601n03377?mid=n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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